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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2013 취업

승부는 머리보다는 엉덩이에 의해 결정된다

JohnnyKoo 2012. 5. 11. 10:43

승부는 머리보다는 엉덩이에 의해 결정된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이 있다. 경우에 따라 이 말은 한가지 일을 신속하고 과단성 있게 마무리하지 못하여 다음의 일을 수행하는데 차질을 가져오는 우유부단함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엔지니어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자기가 목표한 바를 기어코 완성하기 위하여 무서운 끈기와 집착력을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긍정적인 의미로 통한다.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은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기어이 해내며,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내는 이루고야 만다.
    어느 전문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가장 무서운 분야가 바로 컴퓨터 프래그래밍일 것이다. 대개의 분야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나 수준이라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승리하게 되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무조건 엉덩이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학력 수준이나 지능지수보다도 오로지 누가 얼마나 컴퓨터 앞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누가 얼마나 오래 컴퓨터 앞에서 노력하였느냐에 의해 승부가 결정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여기는 학력 파괴요 서열 파괴의 냉정한 승부세계이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그래머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장 윌리엄 빌 게이츠 3세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입증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벤처 소프트웨어 업체들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것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험실이나 개발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면 당연히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게 된다. 회로나 PCB를 설계하거나 제어 프로그램을 작성하다보면 하루에 밥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면 모두 컴퓨터 앞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러한 일이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그러게 되면 실제로 엉덩이에 뾰루지가 날 수도 있다.
    좀 미련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할 때는 안경을 쓰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고, 엉덩이에 뾰루지가 없으면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겨울엔 좀 덜하지만 여름에는 하루에 10시간이 훨씬 넘게 의자에 앉아있는 일을 매일 반복하게 되면 그 누구라도 엉덩이에 뾰루지가 나지 아니할 재간이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의 이런 훈련 때문이었는지 천성이 그러한지 모르지만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거의 이러한 생활을 계속해 왔다. 부족한 머리를 엄청난 시간으로 보완했다고나 할까? 그러한 까닭에 언제나 엉덩이에는 뾰루지가 떠나지를 않았다. 그러한 일이 내게는 일상적인 것이었으므로 늘 그러려니 했지만 몇 년 전부터 학교의 연구실이 건물의 옥상 바로 아래에 있는 4층이 되고부터는 정말로 여름철에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궁리 끝에 연구실의 컴퓨터 앞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비치파라솔용의 허름한 망사 의자를 구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하니 늘 엉덩이 아래쪽에 시원한 바람이 통하여 훨씬 상황이 좋아지게 되었다. 내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가 연구실에서 이러한 허름하고 특이한 의자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의아하게들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들이 나의 이러한 절박한 속사정을 알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에 이 의자가 너무 낡고 나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부서지는 바람에 지금은 올해 여름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몸무게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나는 보기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 이 홈페이지 첫화면의 사진을 보아도 그러하고 나 자신도 비만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 몸무게를 아는 사람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때쯤 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우리 세대에 비하면 요즘의 젊은 세대는 엉덩이가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것은 혼자 열 번을 생각하고 한 번을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즈음 세대들은 심하게 표현하면 혼자 10분을 앉아서 고민하지 않는다. 실험실습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고민하기 전에 책을 들고 다른 친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게시판에 기술적인 질문을 올리는 것을 보면 자신이 책을 찾아보기 귀찮아서 남에게 질문하지 않나 의심이 되는 내용이 많다. 학교에서 리포트만 받으면 그 즉시로 사이버 게시판에 올려 남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우도 많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걱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옛날 피라밋의 상형문자에도 있을 정도지만 아직까지 세상은 망하지 않고 잘 유지되어 왔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으나, 아무래도 요즈음의 젊은 세대들은 좀 정도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우직하고 무슨 일에 몰두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는데, 요즈음은 그 시기에 눈치와 처세가 빠르고 이해관계에 냉정한 것이 당연한 덕목으로 꼽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정없이 왕따시킨다는게 요즘의 풍속이라는데, 세상에 대학 강의실에도 왕따가 있단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은 여지없이 왕따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을 왕따시켜버리는 몰인정, 몰개성...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낫게 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집단 이지메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자기술 분야 역시 엇비슷한 조건이라면 단연 엉덩이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그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R&D 직종에서 더욱 그러하며, 그중에서도 새로운 학술적 이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시되는 응용기술 개발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좋은 대학에서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도 기술자료와 실험장치와 컴퓨터 앞에서 무거운 엉덩이로 승부하는 사람에게는 당해내기 어렵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남의 머리를 빌리기보다 내 손으로 직접 쌓아가는 노력에 의해서 결실을 얻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초를 배우는 어느 시기까지는 책을 통하여 눈과 머리로 공부하지만 그 다음의 승부는 엉덩이에서 결정된다. 뾰루지가 날 정도의 무거운 엉덩이는 엔지니어의 가장 큰 덕목이며, 이러한 엉덩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엉덩이의 끈기는 초보 때부터 습관을 들여야 하며,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엉덩이로 버텨보아야 의자에 앉아서 잠밖에 안온다. 운동선수의 무서운 힘이 헝그리 정신에서 나온다면 엔지니어의 힘은 무거운 엉덩이에서 나온다.


출처: http://cpu.kongju.ac.kr/detail3a_08.htm

윤덕용 교수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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