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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y Daily Life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JohnnyKoo 2010. 9. 21. 10:00
한번은 성경공부를 위해서 차장님 집앞에 갔는데 동호수를 기억 못해서 못들어가고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 3학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자기의 여자 아이 친구를 배웅해주는 장면이었다.

"또 올게~"

"응 조심히 가렴~"

"안녕~"

"안녕~ 친구야~ 또 우리집에 놀러오렴~"

"응~"

"안녕~ 안녕~ 사랑하는 내 친구야 ~"

그러고서는 집에 돌아가는 친구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한참을 지켜보더니 총총 걸음으로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말 별거 아닌,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었지만, 나는 그 짧았던 1분의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었다.
마치 퇴근길에 아기 강아지들을 보고 있을 때에 시간이 멈췄던 그런 순간들 처럼, 그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가면서 나에게 많은생각들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이야기와 목소리들만 보아도, 분명 그 친구는 친구의 집에서 엄청난 환영과, 맛있는 롤케익과 신선한 우유를 대접받았을 거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후식으로 아마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초등학고 산수 문제집을 한 한장 정도 풀었겠지. 그들 사이에 오가던 그 순수했던 사랑이야기는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때묻지 않은 친구를 위함, 배려, 그리고 섬김. 내가 예수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친구가 집에 돌아가는 친구를 사랑하는 것 만큼, 어떠한 목적없이, 상대방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그 둘 사이에 넣어보자면, 마치 맛있는 롤케익과 우유, 후식으로 나올 아이스크림을 바라고 그 친구네 놀러가는 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건 아닌 것 같다. 나한테 길이 열리고 돈을 벌게 해주시고 내 건강이 지속될거라는 deal 을 가지고 나보고 하나님을 믿으라 했다면, 그리고 따르라 한다면, 거절할 것만 같다. 그 안에는 내 안을 채워줄 답이 없기 때문이다. 영원을 저버린 인간에게 다시 영원의 생명을 넣어주시는 분이 아니었다면, 롤케익 따위는 안먹어도 된다.

아무튼지, 그 친구들의 그 훈훈한 대화에서 나는 작은 행복을 느꼈다. 천국이 이런 것일까?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고 또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곳. 천국은 이 땅에서 실현 가능한 것이 확실할지 모른다.


고속버스를 타고오면서 귀성길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 노래를 듣는데 주로 CCM들이 나왔다. 몇몇 가사들을 들으면서 진수 생각이 났다. 내 삶은 별로 변한게 없다. 그러나 분명히 진수가, 혹은 하나님이 나에게 직면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사촌형이 죽었을 때에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 진수가 떠난 이후로, 나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 불분명하고 뚜렷하지 않던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니,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있는 경계가 아닌, 마치 그 사이에 어떤 끈적끈적한 것으로 연결되어있는 하나 라는 느낌이 커졌다. 나쁜 쪽으로는, 더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왜 이렇게 고통속에서 다른사람들에게 또 고통을 주어가면서 살아가야만 할까 라는 생각들, 또 다른 생각으로는, 이 짧은 인생, 제대로 나를 사랑하시는 자의 품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분명해진 것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 삶안에서의 욕심들이 하나하나 꺼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욕심들은, 언제나 항상 부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내가 하늘의 것을 바라보지 않고 좁은 시각으로 이 땅에 내 정욕을 쏟아 부을 때, 그들은 부활할 것이다.

진수 생각이 나면서,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눈물이 다시 나와버렸다. 칠칠맞게 귀성길에서 울고 있으니, 옆에 앉아있던 아가씨는 아마 귀성길에 가족들을 만나니까 반가워서 운것이라 생각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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