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ornever

Fear the MEDIA 본문

solo/My Daily Life

Fear the MEDIA

JohnnyKoo 2010. 9. 23. 13:01

미디어의 힘은 정말 무섭다. 그냥 여기서 미디어라 함은 TV, Internet, Mobile 등을 포함하도록 하자

시대가 변하고, 빠르게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우리들은 혼자 있기가 참 어려워졌다.

약속장소에 나와, 약속 상대가 언제나 올까 조마조마 기다리는 일 따위는 없어져버렸지만 그런 낭만까지도 모두 없어졌다. 30초만 늦게 나와도 전화해서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드라마 등에서 구질구질하게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기차역에서 찾는 따위가 나오면 오히려 어색하다. (시대배경이 옛날이라면 모를까)  전화를 하면 되니까.


한국 어딜 가나 얇은 큰 티비들이 줄줄이 걸려있다. 식당을 가도, 지하철 역을 가도, 지하철을 타도, 병원을 가도, 걸려있는 벽들에서 영상이 나오는데 주로 토크쇼나 so called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나도 긴장 안하고 살다가 배부른 상태로 벽에 29도 쯤 기대에서 티비를 틀 때가 있다. (보통 이럴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공황 상태이거나  아무도 만나기 싫다는 관계적 문제가 생겼을 때이다 )

그럴 때면 티비에서 '강심장' 혹은 '세바퀴' 혹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 들이 나온다. 그들의 프로그램은 정말로 '재밌다' 어쩜 저렇게 웃긴 이야기들이 웃기게 나올 수 있을까?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무수히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왜 난 저렇게 잘 생기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도 자주 해본다.

인간은 웃긴게, 오히려 시험 보기 전에 정말 티비를 끊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오히려 시험의 압박이 없는 지금은, 그닥 티비를 일부러 시청하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축구를 하거나 할 때 한두번 켜는 정도.. 그러나 티비를 안본다고 해서 미디어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세대들에게 티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능동적으로 보여있는 우리의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러나 실제로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능동적'이지 않은, 몇개의 패턴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world wide web 이라는 곳에 잡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확실히, 요즘에는 책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 집에 오면 티비가 있고 인터넷이 있고 체크해야할 이메일이 있다. 관리해야할 미니홈피가 있고 FB 에 들어가서 서로서로의 status에 댓글을 달아야 하고 누가 새로운 사진이라도 올리면 태그하고 코멘트도 달아야 한다. 그것은 마치 잔업과 같이 집에 오게 되면 default 로 하게 되는 작업과도 비슷하다. 정해진 순서도 없지만, 그 시간 만큼은 엄청난 일의 효율을 자랑하게 된다. 집에 있지 않게 되어도, 우리에겐 '스마트 폰' 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 나는 없다 - 이상하게 시리 새로운 기기에 별 흥미가 없는 나는 내 핸드폰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는 기능은 1. 시계, 2. 알람, 3. 지하철 노선도 이다 ) 어딜 가나 집에서 해오던 친구들과의 네트워크에서 떨어질 염려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세계에 '연결' 된 느낌이다. 한 순간이라도 집에 인터넷이 안되거나 핸드폰이 배터리가 죽어서 꺼져있다면 나는 이 세계와 '단절' 된 느낌이며, 마치 출가라도 한 것같은 느낌이 하루종일 날 지배한다. 누가 날 찾으면 어쩌지,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 인간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시 핸드폰을 찾거나 배터리를 교체하면, 그닥 긴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누가 날 찾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울해지기도 한다.


한국 지하철을 타면, 꼼지락 꼼지락 무언가를 만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DMB 로 티비 시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PSP같은 걸로 게임을 한느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이런 것들이 단점은, TV 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내 머리는 노동을 거부하고, 수정알 같은 해변에 파라솔을 세우고 아이스티를 마시며 누워있고 싶은 심정일까?

스크린들은 계속적으로 '입력기기'가 제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버튼을 누르기보다는 음성인식을, 키보드다, 입력 커맨드를 배우기 보다는 바로 직접 누르는 '터치스크린'이 이제는 default 이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정보습득능력을 요하는 시대는 점점 떠나가고 있다. 마치 머리 뒷통수에 USB 를 꼽고는 data transfer 가 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그것을 Interface 와 technology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 봤을 때에 정말 이런 것들이 유익만 가져올 것인가?


수련회라 한다면, 이미 그런 통신 기술들, 네트워크의 단절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결단을 하고 가기 때문에 그나마 덜 한것 같다. 처음 수련회를 갔을 7년 전, 독특한 시간이 있었다.
안나산 기도원에서의 수련회였는데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숲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런 시간이 별로 있지 않았었기에 꽤나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아니라면 휴대폰 과 함께 있었지 그렇게 정말로 숲속에 혼자 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개미도 보고, 벌레도 보고 숲도 보고, 하나님에 대한 묵상 따위는 없었고, 계속 나와 내 주변 그리고 하늘을 번갈아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애플사에서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 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면서도 그러한 '신상품'을 가지게 된자 들에 대한 '부러움'을 산다. 개인적으로 '애플', '스타벅스' 등등 의 이상하게 인기가 많은 회사들에 대한 아무런 이유없는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자꾸만 거부감이 들게 된다. 삐딱해서 그런가.


쓸데없이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건,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이런 신 상품과 기술에 대한 유용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그것들을 사용하는 상요자들을 look down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러한 세상에서의 내 모습을 바라볼 때에 참으로 힘든 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 교제를 즐기는, 그것이 묵상이 될 수도 있고 기도가 될 수도 있다. 정말로 더욱 어려워진 이러한 환경안에서 나는 과연 '편안함' 과 '즐거움'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루함,' 조용함' '미련함' 등 사실은 eternal joy 로 이어지는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며칠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되지 않아 못읽었었는데, 다행히 추석 전에 책을 구하게 되었고,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생각의 노동이 필요했고, 내 자신을 그 소설속 배경 안에 넣어서, 아니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 로쟈의 머리속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한때  미안하다 사랑한다, 모래시계, LOST, Prison Break, 24 등등, 내 열정을 넣어서 보았던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책의 스토리에 휩싸여 본적은 중학교 때 픽션들에 미쳐있을 때 이후론 거의 처음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는 논픽션 위주로 독서를 해서 사람이 차가워진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 만큼, 그 작가와의 만남이 너무너무 좋다.
한국에 와서, 가장 큰 기쁨을 하나 뽑으라면, 대형서점에서 죽치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싸기두 하구. : )



'solo > My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  (0) 2010.09.26
횡단보도  (0) 2010.09.24
집으로 가고 싶다  (0) 2010.09.22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0) 2010.09.21
고속터미널  (0)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