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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y Daily Life

쓸쓸한 장마의 시작

JohnnyKoo 2010. 8. 25. 23:48
6시 반에 일어났다. 어저께 일찍? 잔 덕분이다. 정신이 말짱했다. 지금 일어나도 절대 피곤하지 않을거란 강한 확신이 일어났다. 그런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다시 알람이 울렸다. 7시. 역시. 인간은 그렇게 게으른 것이었다. 아니 난 이렇게 게으르다. 
그래서 투덜 투덜 거리면서 다시 일어나서 언제나 항상 똑같이 샤워 바구니를 들고 공중 샤워실로 향한다. 샤워실로 향하는 우리동네와 나의 현재 군복무 생활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페르시아 스타일의 hallway 가 인상적이다. 고시텔 안에선 밖의 날씨가 어떤지 모른다. 언제나 항상 애매한 불빛만 비출 뿐이다. 

생식으로 아침을 마무리 한 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오늘부터 비가 내린다. 사실 어제 밤부터 내렸다. 교통 카드에 딱 800원이 남아있었다. 52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고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날 보며 어떤 생각들을 할까? 나도 저렇게 어렸을 때가 있었지..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 때는 저런 앳된 얼굴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역시 인간은 현재의 나 자신 위주로밖에 생각을 할 줄 모르나 보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 

52번 버스는 정말 안온다. 그러나 오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라고 포기할 때마다 꼭 온다. 
사람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55분에 온 적도 있다. 8시까지 출근이어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뛰어난 순발력과 순간스피드를 활용해서 순식간에 달려가곤 한다. 지각은 참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오늘은 김과장님이 안오셨다. 찜질방에서 어머니가 넘어지셔서 다리쪽이 부러지셨기 때문이다. 총무과 계장님 어머니께서 암 말기 선고를 받으셨다. 이사님 아버지께서 생사를 가르는 수술을 내일 받게 되신다. 수진이가 다녔던 목사님도 암이라고 들었다. 진수를 시작으로 하루를 거르지 않고 병과 사고 소식을 듣는다. 

그 사람의 자유로운 공간을 침범한 죄를 졌다. 아니 매일 그렇게 침범했지만 그것을 bring up 하게 되는 짓을 저질러서 그 사람에게 또 상처를 주었다. 나는 알고 있는 사실을 적용 할 줄도 모르는 것일까? 아무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에 내가 혹시 도움이 될까 했지만 역시 내가 도움이 되는 길은 없었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무력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내가 어려울 때 힘이 되주길 원했던 그녀에게 나는 이제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내가 어려웠을 때에 그녀가 힘이 되었던 것은, 하나님 외에 또 내 편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겐 그것이 큰 격려였다. 

옆동네 PCB 생산 관리 종원씨 후임으로 월요일부터 출근하던 21세 젊은 청년이 최대리님의 전매특허인 혼내기 한번 받고 점심시간에 옷을 걸어놓고 도망을 가셨다. 군복무로 온 친구였는데 마음이 약하기도 하지. 생각만 해도 개념없는 짓이었지만, 나도 나이가 들은것인가? 
어렴풋이 어린 그의 마음과 나약한 정신에 대해 측은함이 들었다. 얼마나 겁이 나고 두려웠기에 말도 안하고 가버렸을까? 암튼 황당한 사건이었다. 

오늘은, 준배 형제가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성경공부이어서 홈플러스 샤브샤브 집에 가서 송별회를 하기로 했다. 준배 아버님, 어머님은 이차장님, 그리고 천 형제와 함께 샤브샤브 집에 들어갔다. 부페로 이루어진 곳이라 먹는게 자유로웠다. 13500원.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았다. 음식들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맛있진 않았다. 그냥 김밥천국에 있는 느낌.. 무한 리필로.. 뭐 나름 괜찮은 식사를 했다. 이차장님이 내 몫까지 내어주셨다. 참 많이 얻어먹는다. 바로 이어서 늦은 시각이지만 이차장님 댁에서 디도서를 함께 공부했다. 찬송가를 하나 부른 후 디도서를 3절씩 돌아가면서 읽고 각자 느낀점과 질문사항등 을 나누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디도서는 참 어려운 책이다. 너무나도 당연할것만 같은 말들을 어렵게 써 놓은 편지이다. 감흥이 별로 있지를 않았다. 준배 아버지께서는 군인이신데 군인다운 말투로 나에게 성경과 복음의 느낌에 대해 강하게 설득하셨다. 성경을 자꾸만 지식적으로 파고들려는 나에 대해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심녀서 거의 1시간 반 설교를 들었다. 역시 복음에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항상 inspire 받는 나이지만, 이렇게 교통 없는 설교는 피곤할 때도 있다. 아쉬움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라면 아무리 좋은 설교라도 인터넷으로 존파이퍼 설교 동영상을 틀어놓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필립얀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충분히 독재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글이라는 medium을 통해서도 겸손함과 읽는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느끼려 하는 노력이 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하나님과 순수하게 일대일로 받은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고 있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는 부끄러울 뿐이고 부러울 뿐이다. 
다시 remind myself 해야할 것은, 조금은 틀려도 좋으니 사귀는것이 좋다라는 것이다. 

사는 것이 피곤할 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참 피곤한 인생이다. 
이 인생에서 알고 있는 인생의 목적이 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준배 아버님이 침튀기시면서까지 이야기하신 이상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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